첫 눈 내리는 날
이 세상에
가장 저렴한 술집이 있다면
꼭 저런 술집일 것이다
첫 눈이
어둑어둑해진 골목길을 덮어올 때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저 술집에 가고 싶어 진다
소주 한 병에
금방 데쳐 낸 오징어 한 접시를 시켜 놓고
지상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음 언어들만 골라내어
그녀에게 고백하고 싶어 진다
둘이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드르륵 술집 문을 열고 나오면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이
내리고 내려
발목까지 쌓여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작은 손을
내 호주머니 속에 넣고
눈이 그칠 때 까지
내 호주머니의 사랑이 식을 때까지
붉은 가로등 아래를
쉼없이
끝도 없이 걸어가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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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첫 눈 오는 날 저런 고백을 받는다면,
행복하고 따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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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해기
200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내가 내 몸의 주인이 아니었을 때』 외
현, (주)한화63시티 임대차마케팅팀 근무
*출처 : 63시티, 플리커<Jinho.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