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화 리얼스토리 2013. 7. 10. 09:39
눈 앞이 흐려질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물방울 맺힌 창문을 보고있노라면 여러가지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오늘 포스팅 할 산문을 통해 여러분도 지난 날을 추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연 탄


재영이는 연탄집 둘째 아들이었다.

연탄집은 가게도 겸하고 있었다. 연탄가게는 가겟집에서 30미터 정도 떨어 진 곳에 있었다. 재영이 어머니가 가겟집을 운영하고, 재영이 아버지는 연탄집을 관리했다. 재영이와 놀다보면 재영이 어머니가 재영이를 불렀다. 그런 날은 연탄배달이 있는 날이었다. 재영이는 재호라는 형과 아버지 이렇 게 셋이 연탄을 날랐다.

연탄으로 수입을 한다는 것은 막노동일과 다름이 없다. 연탄회사에서 큰 연탄차가 오면 그 연탄을 날라다 가게에 차곡차곡 쌓는다. 그런 다음 어느 가정집에서 연탄주문이 오면 연탄배달을 시작한다. 우선 연탄가게에서 리어카로 연탄을 옮겨 싣는다. 연탄가게 벽은 세워진 연탄의 검은 자국이 남아 연탄이 닿은 자리에 대나무처럼 또는 사람 뼈마디 같은 층을 이루고 있었다.

재영이나 재호는 앞장서서 리어카를 끌었다. 뒤에서 리어카를 밀고 있는 재영이 얼굴에는 이미 시커먼 연탄 자 국이 묻어 있었고, 옷은 연탄 검정으로 금세 뒤범벅되어 있었다. 재영이는 놀고 있는 우리를 보면 상당히 무안 해했고 부끄러워했다. 먼발치에서 보고 있는 우리에겐 곧 올테니 계속 놀고 있으라는 눈짓도 했다.

가정집에서는 연탄 100장 내지 200장 정도를 주문했다. 집의 위치에 따라 연탄값 80원은 85원이 되기도 했다. 연탄 100장 8,000원어치를 배달해야 한 장당 연탄값 50원을 제하면 3,000원의 배달비를 받는 것이다. 노동의 댓가치고는 당시에도 형편없는 품삯이었다. 나도 한때 아이스크림을 준다는 말에 연탄배달을 도와주었다. 검정을 묻히지 않기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연탄배달이 끝나면 온몸은 검은 연탄이 달라붙었다.

연탄주문이 많을 때는 연탄을 중간 한 곳에 쌓아두고 배달을 한다. 연탄은 집게로 배달하지 않고 손으로 들어 배달한다. 적게는 두 장, 많게는 여섯 장까지 두 손바닥으로 받쳐서 배달한다. 연탄배달의 핵심은 단순한 사람 숫자와의 싸움이다. 리어카에서 주문한 집의 광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연탄을 들고 가느냐의 싸움이다. 인원이 많으면 그 만큼 적게 움직일 수 있고, 한사람은 연탄 광에 고정되어 있어, 밀어 넣는 연탄을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인원이 적으면 각자 광에 들어가서 쌓다보니 삐뚤삐뚤해지거나 배치를 잘 못해서 평소 100장을 쌓을 수 있는 광도 80장만 들어가면 공간이 나오지 않게 되어 자칫 주인이 짜증을 낼 수 있다. 연탄 100장이 꼭 맞는 광에 엉망으로 80장을 들여놓고 20장을 도로 가져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렇다보니 연탄가게에서 연탄을 배달하는 일에 그나마 익숙해진 재영이의 존재는 꼭 있어야할 존재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부터 재영이는 연탄배달이 하기 싫어 도망 다녔다. 숨어서 아버지와 형 재호가 연탄 배달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연탄배달을 하지 않고 도망간 날 저녁 재영이는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연탄배달을 하지 않으면서 재영이는 삐뚤어져 갔다. 돈을 훔치고 싸움질에 담배도 피기 시작했다. 반면에 재호 형은 야간공업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공부를 잘한다고 재영이 어머니가 우리 엄마에게 늘 자랑을 했었다. 재영이는 연탄 때문에 도망을 다녔고, 삐뚤어지다가 결국 학교도 그만두게 되었다. 검은 모자를 쓰지 않아도 되었고, 검은 교복도 더 이상 입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 후로 20여년이 흘러 성인이 된 재영이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소문에 결혼도 하지 않았고, 군대도 다녀오 지 않았다고 했다. 직장도 거처도 없이 떠돌며 노숙을 하는지 재영이 얼굴은 과거 연탄배달을 했을 때 못지않게 검게 타들어가 있었다.



* 사진출처 : 플리커<ftowlsi, Blowng_HS >
 
양해기 | 한화63시티 임대차마케팅팀 
안녕하세요. 임대차마케팅팀 양해기 매니저입니다. 저는 전국 40여개 빌딩의 사무실 임대 관련 업무를 담당합니다. 회사 업무 외에 저는 시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지요.
(시집 『4차원에 대해 생각한다』)
RSS 구독하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재훈 2013.07.12 1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니저님 글 잘 읽었습니다.^^ 그 후 재영이는 어떻게 되었나요?...

  2. 양해기 2013.07.26 0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영이는 가끔 동네에서 봅니다. 눈이 나빠졌는지 잘 못알아 보더라구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