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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리얼스토리

양해기 시인이 들려주는 현대시(1) 김기택의 껌

지난 번 포스팅에서 회사생활을 하며 시인의 꿈을 이룬 양해기 차장님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양해기 시인께서 앞으로는 가끔 시와 함께 쉬어가는 시간을 선사해 드리겠다고 합니다. 현대시를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 함께 나눠봅시다^^

오늘은 김기택 시인의 <껌>이라는 시입니다.


- 김기택


누군가 씹다 버린 껌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껌

이미 찍힌 이빨자국 위에

다시 찍히고 찍히고 무수히 찍힌 이빨자국들을

하나도 버리거나 지우지 않고

작은 몸속에 겹겹이 구겨넣어

작고 동그란 덩어리로 뭉쳐놓은 껌

그 많은 이빨자국 속에서

지금은 고요히 화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껌

고기를 찢고 열매를 부수던 힘이

아무리 짓이기고 짓이겨도

다 짓이겨지지 않고

조금도 찢어지거나 부서지지도 않은 채

살처럼 부드러운 촉감으로

고기처럼 쫄깃한 질감으로

이빨 밑에서 발버둥 치는 팔다리 같은 물렁물렁한 탄력으로

이빨들이 잊고 있던 먼 살육의 기억을 깨워

그 피와 살과 비린내와 함께 놀던 껌.

지구의 일생 동안 이빨에 각인된 살의와 적의를

제 한몸에 고스란히 받고 있던 껌

마음껏 뭉개고 갈고 짓누르다

이빨이 먼저 지쳐

마지못해 놓아준 껌

감상과 이해

위의 작품은 우리가 흔히보는 자주 씹다 버리는 '껌'에 대해 쓴 시입니다. 흔하디 흔한 '껌'으로도 저렇게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김기택 시인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시의 소재는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뭘 써야할지,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한 습작시인들에게는 김기택 시인의 <껌>을 읽다보면 탄식과 탄성이 나올만 합니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죠.

시인은 우선 껌이 보여주는 일반적 사실로 접근합니다. 하지만 일반적 사실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 /이미 찍힌 이빨자국 위에/ 다시 찍히고 찍히고 무수히 찍힌 이빨자국들을/ 보듯이, 껌을 한없는 약자의 편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런 연유로 이 시가 자연스럽게 어떤 울림을 끌어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자연스럽게 접근한 '껌'의 사실과 특징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면서, /이빨들이 잊고 있던 먼 살육의 기억을 깨워/ 점점 시상을 확대하고 굴착하여 간다는 점. 그리고 결국엔/이빨이 먼저 지쳐/마지못해 놓아준 껌/으로 결국 약함이 단단함보다 더 끈질기기에더 강하다는 알레고리를 만들어 간다는 점이 이 시의 크나큰 덕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해설은 작품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듯 하여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껌>>이 출간되고 얼마 후, 김기택 시인을 모실 기회가 있었습니다.

몇몇 시인들과 작은 고깃집에서 김기택 시인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이 시집을 받아들고, <껌>을 읽어보았습니다. '껌'으로 어떤 시를 썼을까? 시집 제
목도 <<껌>>인지라, '껌'이 시집 한 권의 무게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하며, 시집을 받자마자 바로 <껌>부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셨나요?^^

사진 출처: 플리커(vikisuzan)

양해기 | 한화63시티 LM팀 과장
안녕하세요. LM팀 양해기 과장입니다. 저는 전국 40여개 빌딩의 사무실 임대 관련 업무를 담당합니다. 회사 업무 외에 저는 시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