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작품해설

백석의 본명은 백기행(白夔行)이다. 백석은 1912년 7월 1일 평북 정주군 갈산면 익성동에서 부친 백시박 (白時璞)과 모친 이봉우(李鳳宇)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1929년 오산고보를 졸업하고 1930년 1월 조선 일보 신년현상문예에 단편소설「그 母와 아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를 계기로 동경의 청산학원에서 영문 학을 전공하고 돌아와 조선일보사 계열잡지인『여성』지와『조광』의 편집부에서 근무하였다. 1935년 6월 친구 허준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운명의 여인 박경련을 만나게 된다. 이후 백석은 1935년 8월 31자『조선일 보』에 시「정주성」을 발표하여 시인으로 데뷔하며 시인의 길을 걷게 된다. 1936년 1월 20일 시집『사슴』 을 출간하게 되고, 이후 백석은 순탄하지 않은 직장생활 행보를 보이며, 평안도 지역의 여행과 만주로 이주하 여 소작농 생활을 하기도 한다.
 백석은 1945년 해방 후 신의주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와 고당 조만식 선생의 통역 비서와 외국서적을 번역하여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2년 10월에 북한의 문화계 전반에 내려진 복 고주의에 대한 비판과 연관되어 일체의 창작활동을 중단하고 1963년 그의 나이 52세에 숙청당한 것으로 알 려졌으나 최근에 와서 1995년 1월 84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백석은 재북 시인으 로 그간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다가 1988년 재북, 납북 문인의 해금조치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80년대부 터 활발하게 시작된 백석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여승은 남편을 잃은 여인이고, 자식을 잃은 여인이다 10년 동안 금광의 꿈을 쫓아 떠난 남편은 돌아오지 않아 어린 딸을 데리고 금광 근처를 배회하며 옥수수를 팔며 남편을 찾고 있었던 여인이다 어린 딸은 여인과 함께 객지생활을 떠돌다가 병이 걸렸던 것 같다 아픈 어린딸은 여인을 보챘고 그 어린딸을 때리며, 자신의 마음이 더 아픈 여인은 가을밤처럼 차게 울었다 결국 어린딸은 죽고 의지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여인은 여승이 되기로 결심한다

산꿩도 서럽게 울던 그날, 여인은 머리를 깎는다 이런 사연을 아는 화자(백석)는 불경처럼 서러워 지는 것이다

이 시 전체에 깔려있는 쓸쓸함과 허무함이 겨울 바람처럼 시리다.

양해기
200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4차원에 대해 생각한다』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주)한화63시티 근무 중

사진 출처: 플리커(Thrig)

양해기 | 한화63시티 LM팀 과장
안녕하세요. LM팀 양해기 과장입니다. 저는 전국 40여개 빌딩의 사무실 임대 관련 업무를 담당합니다. 회사 업무 외에 저는 시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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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커브남 2011.12.08 1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
    잘읽고 갑니다. 마음이 시립니다.~^^

    • 양해기 2011.12.09 0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침에 출근하는데 첫눈이 내리네요
      첫눈에 설레이는 나를 봅니다

      백석이 이 시를 쓰고나서는
      어떤 슬픔들로
      마음 속에는 몇일이고 눈이 내려 쌓였을겁니다

  2. rocky 2011.12.09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승의 모습을 통해 참 애잔하고 슬픈 마음이 듭니다.
    우리보다 먼저 사신 부모세대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참 가난했고 환경적으로 열악했던 시대상이 떠오르며...
    어린 딸을 잃은, 참 기구한 운명의 여인을 생각하며...
    잠시 명상에 젖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하며...
    전에도 들려주셨는데...
    다시보아도 참 마음이 짠합니다..

  3. 양해기 2011.12.09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