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ennsylvania주의 Doylestown이라는 곳은 한참을 자동차로 달려도 간간히 보이는 말 농장 외에는 심심한 초원이 펼쳐질 뿐인 곳이랍니다. 그런데 이 곳에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있는 인기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Fonthill Castle입니다. 영국의 웅장하고 로맨틱한 성이 아니라, 프랑켄슈타인이 나올 것 같은 독특한 성이었고 규모가 크지도 않았습니다. 저 집 지붕에는 분명히 박쥐가 살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이 성이 뭐가 그렇게 특별할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 손으로는 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철문을 열고 입장하는 순간, 떡 하니 벌어진 입은 견학을 모두 마치고 나올 때까지 다물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이 놀라운 성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1856년 Pennsylvania에서 태어난 Henry C. Mercer는 부유한 부모님 아래에서 유복하게 자랐다고 합니다. 물려받을 유산도 많았습니다. Harvard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Pennsylvania 법대도 졸업했지만, 늘 역사와 예술에 관심이 많아 1881년부터 1889년까지 약 10년에 걸쳐 유럽 여행을 다녔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건축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Mercer는 51세에 귀국하여 자신의 고향에 집을 하나 짓기 시작합니다. Mercer는 실제로 이 집에서 말년까지 거주하다가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애초에 건축 목적은 거주 및 전시용이었습니다. 자신의 집을 하나의 큰 박물관으로 만들어서 예술 작품 전시와 역사 수업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방법은 바로 “Concrete”와 “TILE” 이었습니다!!

1. Concrete



Fonthill Castle 내부에 발을 디디면서 제가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아직 공사 중인 건물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성은 온전한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성의 겉 모습이 다소 기괴해 보이는 것도 어떤 색을 입히지 않은 콘크리트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바닥과 소파까지 모두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1908년부터 1912년에 걸친 공사기간 만 5년. 44개의 방과 200개의 창문이 있고, 벽난로도 18개나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무 제품이 거의 없고 카펫도 없어서 화재 위험은 많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햇빛도 쨍쨍하고 꽤 더웠는데도, 건물 안은 초가을의 날씨처럼 서늘한 기운이 돌았습니다. 콘크리트 벽면과 바닥, 천장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청소할 것은 없고, 그저 한번씩 먼지만 털어주고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모두가 웃었습니다.

2. Tiles

사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타일’입니다. Mercer는 집을 다 지은 후에, 바로 옆 대지에 타일 공장을 하나 더 짓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Moravian Pottery and Tile Works 입니다. (Mercer가 실제로 Moravian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공장에서는 지금도 축제도 열고 많은 양의 타일을 생산해내고 있는데, 이 타일을 하나씩 살펴보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Mercer는 자신의 집을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싶어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 성의 방들은 다 하나씩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로마시대 및 십자군 전쟁 이야기도 있고, 그리스∙로마 신화도 있고, 구전으로 전해지는 동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화려한 타일들은 집안의 기둥과 천장, 바닥까지 빼곡히 채우고 있습니다! 그냥 반나절 투어를 해서는 도저히 이 타일들을 다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타일이 많은데, 이 모든 타일은 Mercer가 공장에서 인부들과 직접 구운 것이라고 합니다. Mercer Tile은 꽤 명성이 높고 그 지역에서는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제가 머물던 집에도 구석구석에 타일이 많이 달려 있는데, 축제 기간에 공장에서 체험 프로그램으로 직접 구우신 것도 있고, 구입하신 것도 많다고 했습니다. 후에 귀국하는 저에게는 May Flower호가 그려진 타일을 선물로 주기도 하셨습니다.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Mercer Tile. 몇 가지 감상해 보세요~


 

3. Art

Fonthill Castle에는 총 900점이 넘는 예술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그림부터 조각상에 이르기까지. Mercer는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직접 수집한 예술 작품이 7,000점에 이르렀는데, Mercer Museum이라는 개인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Mercer의 예술적 영감은 여러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포드 자동차로 유명한 Henry Ford는 Mercer Museum이야말로 미국에서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박물관이라고 찬사를 보낸 바 있습니다. 성 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타일 중에서도 세계 명화나 건축물의 모습을 담고 있는 타일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 방마다 매우 많은 책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자신이 직접 집필한 작품을 포함하여 총 6,000권이 넘는 책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책장이 도서 보관에는 그리 이상적이지 않아서, 희귀 도서는 주정부 도서관에 기증하여 보관하고 이 곳에는 표지만 남겨두고 있다고 합니다.

4. Wedding

Fonthill이 유명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결혼식입니다. 수익 사업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생전에도 자신의 저택을 이웃의 결혼식 장소로 즐겨 대여했던 Mercer의 뜻을 받아 지금도 주말마다 끊임없이 결혼식이 열리고 있습니다. 신부는 고풍스러운 건물 계단을 통해 입장하고, 넓은 뜰에서 피로연을 즐깁니다. 근처에 다른 주택이 없기 때문에 야간 결혼식이라면 불꽃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결혼 사진은 건물 어디에서 찍어도 화려한 타일로 뒤덮인 내부가 웬만한 세트보다 꽉 찬 풍경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에도 그 주 주말에 있을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제 마음이 왠지 설레는 것 같았습니다.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던 Mercer는 노년에 근육이 수축되는 매우 고통스러운 병을 얻어 이 성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자신은 손님 대접을 할 수 없었지만, 쉴 새 없이 많은 사람들을 초청하여 이 예술 건물을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사망 이후에는 가정부였던 Laura Swain과 그의 남편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겼습니다. 지금도 이 성에는 Laura와 그 남편의 영혼을 보았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아 다닙니다. Laura가 사망한 이후부터는 Bucks 주정부에서 특별 관리 문화재로 지정하여 현재 Bucks County Historical Society에서 공공시설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가이드 프로그램 또한 자원봉사 활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 저희를 가이드 해 주셨던 할머님께서는 이 자원봉사만 20년이 넘게 하셨다면서, 제가 두 번째로 방문하는 한국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 한국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의문을 품은 채 성을 빠져 나왔습니다.


사실 이 콘크리트 건물은 유지 관리에 많은 노력이 든다고 합니다.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자주 오면서 돌 이끼가 끼거나 풍화 작용으로 건물 외벽이 많이 상해서, 1년에 한 번씩 하는 보수작업은 연례 행사일 정도입니다. 또한 본래 커튼을 치지 않던 Mercer의 습성 때문에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면서 많은 그림 작품들의 색이 바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노년에는 자극적인 햇빛을 피하기 위해 본인의 침실에만 커튼을 쳤으며, 후에 건물 관리 업체에서 문화재 보호를 위해 커튼 설치와 유리창 코팅 작업을 했습니다. 현재 이 건물 관리는 전문 박물관 관리 업체에서 맡아 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가이드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건물 관리를 하시는 분들도, 또 그곳을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들이 이 건물을 중요한 문화재로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건물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설렘. 우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사진출처: 브로슈어, 플리커(-geist, -geist, Curious Expeditions, Curious Expeditions, Elizabeth Thomse, Gregg Obst, JARM13, PamelaVWhite, PamelaVWhite, peters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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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ocky 2011.11.15 1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익한 정보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미국 시카고에는 의미있는 초고층 건물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
    다음에 자료 얻으시면 꼭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