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은 고층 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시, 피난 수단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를 위해 고층빌딩에서 화재가 난 상황을 가정하고, 정상적인 몸 상태로 대피하는 상황과 부상자 발생시 등의 케이스를 나누어 시간을 측정하고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그러자 맨몸으로 60층에서 1층까지 내려갈 경우 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말씀드린대로(초고층 빌딩에서 화재가 났을때는 어디로 대피할까요?), 초고층빌딩에는 피난안전구역의 설치가 필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좀 더 자세한 실험 내용 말씀 드리겠습니다. ^^
실험내용 |
참가인원 |
전체 대피시간 |
층간 대피시간 | |
40층 |
20층 | |||
부목착용대피 |
3명 |
13분 |
10′05″ |
12′53″ |
들것에 의한 대피 |
5명 |
17분 47초 |
11′47″ |
24′87″ |
시각확보 불능 부축 대피 |
4명 |
19분 30초 |
14′91″ |
16′99″ |
부상자 업고 대피 |
2명 |
20분 |
11′90″ |
15′62″ |
개인 대피 |
5명 |
4분 51초 |
5′90″ |
7′32″ |
집단 대피 |
15명 |
8분 20초 |
17′38″ |
85′84″ |
체험훈련은 2003년 및 2004년 2회에 걸쳐 O빌딩 내에서 입주사의 입주 고객을 중심으로 실시되었습니다. 건축물 내에 설치된 비상계단, 피난사다리, 피난 슈트, 곤돌라 등의 피난시설을 이용한 대피요령을 익히고 고가사다리 차, 에어매트 등의 출동장비를 이용해 소방서 구조대의 구조에 의한 피난에 대해 체험했습니다. 이 외에도 자위소방대와 소방서 합동 화재 진압, 화생방제독 등을 통하여 초고층 건축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복구하는 과정을 체험했습니다. 이에 더해 2004년에는 연기체험실을 운영하여 임직원이 연기가 가득한 앞이 보이지 않는 약 25M 길이의 체험실을 통과토록 하여, 실제 연기가 피난하는데 어떤 장애를 일으키는지, 어떻게 하면 연기를 피해 피난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훈련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일시 |
장소 |
층수 |
대상 |
대관지원 |
비고 |
2003. 6. 12(목) 14:00~15:00 |
K빌딩 (60층) |
60층 |
입주고객, 방문고객, 시설관리직원 1,097명 |
소방.경찰.한전.보건소 등 |
|
2004. 7. 15(목) 13:40~15:00 |
K빌딩 (60층) |
60층 |
입주고객, 방문고객, 시설관리직원 892명 |
소방.군.경.한전.보건소 등 |
1. 피난계단을 이용한 피난
초고층 건축물의 화재 시를 가상하고 실제로 대규모 인원이 참석하여 대피 시 혼잡도를 알아보았습니다. 역시 피난계단이 주 피난동선으로 이용되었고요. 각 층에서 혼잡여부를 측정하였으나 예상과 달리 별다른 혼잡은 발생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전체 상주인원 약 5.000명 이상이 동시에 피난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약 1,000여명이 대피하는 과정은 정상적인 흐름을 유지하면서 피난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훈련 전 성인 남자 3명이 2차례 60층부터 1층까지 걸어서 내려오는 시간을 측정했는데, 평균 14분이었습니다. 또한 훈련 참가 인원의 남녀 性비율은 사무실 근무 인원대비 남자가 약 70%, 여자가 30% 정도이었으며, 이를 감안한 남.여 대비 측정 결과는 특별한 차이가 없이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2. 피난사다리
피난사다리를 이용한 피난체험은 처음 실시한 2003년 보다 2004년도가 전년도 훈련성과가 반영되어 좀 더 빠른 피난이 이루어 졌습니다. 하지만 고층에서 노약자나 여성이 이용하기에는 피난사다리는 체력적인 한계가 있겠죠? 이 훈련에서도 노약자와 여성은 배재하고 남성중심으로 훈련을 실시하였으며, 피난 계획에도 피난계단은 약자우선으로 지정, 피난사다리는 남성위주로 피난하도록 계획했습니다. 완전히 구획된 피난사다리 구역에서 32개 층을 내려오는 시간이 약 16분이 소요 되었으므로, 실제상황을 고려하면 좀 더 빠를 것으로 판단되며, 피난사다리는 건강하나 남성이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3. 고가사다리차 구조 피난
O빌딩 동편 12층 외벽 유리창을 사전 제거하고, 1층에 고가사다리 차를 부설하고, 고가사다리를 전개하였습니다. 소방서 구조대에 의한 구조 피난은 바람 등 날씨 영향에 따라 상황에 변수가 있을 수 있답니다. 역시나, 훈련이 실시되는 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으나 바람이 잦아진 틈을 이용하여 훈련을 신속하게 전개했습니다. 내부의 협조에 의해 사다리 상부를 창틀에 고정시킨 후 요 구조자를 피난시켰는데, 사전에 예행연습을 충분히 한 결과로 사다리 전개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유리창의 사전 제거 또는 파괴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답니다! 사전에 유리창이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 구조대가 유리벽을 파괴해야 하지 때문이죠. 또한 유리 파편 낙하지점에 대한 사전 통제 역시 필수적입니다.
4. 에어매트 피난
TV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죠? 화재 피난을 위해 건물에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는 장면인데요, 현실에서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답니다. 신체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지는 고령자 또는 과체중자가 에어매트를 이용할 경우 부상을 당할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고층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심각한 부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 하에 생사의 기로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에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5. 곤돌라를 이용한 피난
곤돌라를 이용한 피난은 61층 최 상층부에서 1층까지 하강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피난에 이용하기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1회 정원 6명은 확실히 피난 가능하겠습니다.^^; (1회 하강시간 20분, 상승하여 다시 내려오는 데는 40분소요)
지금까지 피난계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여 O빌딩에서 피난사례별 측정된 소요시간 DATA를 분석해보았습니다. 피난계단, 피난사다리, 고가 사다리, 에어매트, 곤돌라를 이용한 피난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아무래도 실제 상황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피난 방법은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겠죠?
이 때 유의할 점은, 피난계단을 내려가는 중간에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그 이후 내려가는 속도는 부상자의 속도와 동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상자 발생이 피난 시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이 점은 꼭 감안되어야 합니다. 그냥 맨몸으로 60층에서 1층까지 내려갈 경우 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부목착용자는 13분, 들것에 의한 대피는 18분, 시각 불능자가 부축을 받으면서 대피시 19분30초, 부상자를 업고 대피할 경우 20분이 소요된다는 점. 그러기에 초고층 빌딩에서는 부상자가 중간에 피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자료 출처: 한운희 사업부장 석사학위 논문, 한화63시티, 플리커(Photomatt28)
당병배 | 한화63시티 63운영팀 과장
안녕하세요. 63운영팀 당병배 과장입니다. 저는 건축물의 소방시설을 점검하며 안전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한라에서 설악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한화63시티의 안전지킴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