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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리얼스토리

어떤 야구팬의 이야기 - 야구, 세 가지 꿈을 던지다!

야구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야구팬이냐고 묻는 것인데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야구를 좋아하니까 그렇다고 대답해야 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야구를 하고 있어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대답을 바꾸었습니다. “야구 보는 것은 좋아합니다.” 라고…

사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좋아한다고 해도 직접 해보기는 쉽지 않은 운동입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은 간이야구경기를 하기도 합니다만 성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간단한 캐치볼을 하거나 배팅장에서 배팅하는 정도뿐입니다.

2010년 3월,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그런데 어느 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야구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메이저리그나 일본리그 경기도 좋아해야 할 것 같은데 전혀 아니었거든요. 대답을 다시 바꿨습니다. “야구팬이 아니라 한화이글스 팬입니다.” 라고… 이 대답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게 야구 = 한화이글스였습니다.

첫 번째 꿈 - 한화 이글스 우승

 

1999년은 한화이글스 팬에게는 기원의 시작과도 같은 해일 것입니다. 양대리그로 펼쳐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에서 한화는 매직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합니다. 승률은 전체 4위였지만 각 리그 2위까지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죠. 매직리그 2위인 한화는 드림리그 1위인 두산베어스과 7전 4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릅니다. 이때의 두산은 페넌트레이스 전체 1위의 강한 팀이었죠. 가까스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한화보다는 두산의 우세가 점쳐졌던 시리즈!!! 그러나, 결과는 한화의 4전승 종결~~!!!

1~4차전의 경기결과입니다.
 당시의 신문을 스크랩해 놓은 것입니다. 이 포스트에 있는 신문기사 전체는 99년 당시의 신문을 스크랩한 것입니다. 물론 제가 스크랩했죠.


 

한화의 4전승은 무혈입성에 가까웠습니다. 롯데는 삼성과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승 3패로 코리안시리즈에 도착했거든요.


한국시리즈는 4승 1패로 한화가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끝이 납니다. 한화팬들의 꿈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은 4전 5기의 도전 속에서 1999년 10월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성취됩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잠실야구장에서 우승의 장면을 보고 있던 저는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하였습니다. 우승 순간 경기장으로 달려나가던 선수들과 잠실 하늘을 수놓은 폭죽, 3루측에서 응원하던 팬들의 함성, 그 모두는 감동이었습니다. 야구를 좋아했던, 빙그레 이글스를 좋아했던, 한화 이글스를 좋아한 한 팬의 작은 소망이자 첫 번째 꿈은 그날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의 한화는…. 성적이 많이 침체되었습니다… 김인식 감독이 취임한 이후 한 차례 한국시리즈(2006년) 진출이 있었지만 삼성이 우승을 했죠.

2005년 8월 포스팅한 김인식 감독의 패러디 기사. 당시 재활공장장으로 불렸음.
- 제 블로그에서 발췌했습니다.

 

몇 번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잠실, 수원, 문학, 목동 등등 야구장 가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요 몇 년 사이 가을야구는 남의 경사로만….

2009년 4월 제 홈페이지에 올렸던 포스트를 캡처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당시 SK와 롯데의 경기에서 나왔던 벤치클리어링을 보고 작성한 것입니다.

 

*두 번째 꿈 - 야구장에서 경기를 해보는 것

2009년 1월 어느 날, 교회에서 청년들과 식사를 하던 도중에 제가 야구를 좋아한다고 제 친구가 실언(?)을 했습니다. 그래서 해명했죠, ‘난 야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한화이글스의 야구를 좋아한다고.’ 그러자 한 청년회원이 말합니다. 그럼 같이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한 겨울에 식당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그거 뭐 어려울게 있냐 싶어서 그러자고 대뜸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나서 생각해보니 자신이 없었습니다. 해본적이 있어야지…

차일피일 미루던 중인 4월경에 TV에서 ‘천하무적 야구단’이 방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쌩 아마추어(물론 그 중에는 연예인 야구단에 소속된 선수들도 많았습니다만)들이 연습하고 경기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한’(恨)이었던 같습니다. 야구를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해왔던, 어쩌면 이대로 시간이 흘러 인생이 저물어 갈 그때에 야구 경기 한 번 해보지 못한 인생을 생각해 보면서 갖게 될 그 한!!!

그래서 교회 야구단을 결성합니다. 2009년 10월에.

우리 교회는 규모가 작은 교회이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인원이 매우 적었습니다. 그래서 중-고교 학생들까지도 함께 하였고, 매주 1일 2~3시간 자체 연습을 했습니다. 얼마간은…., 완전 개판~~!!!! 제대로 된 코치도 없었고, 실력은 완전 처음 공 던지는 것 같은 사람들로 수두룩!!!! (물론, 한-두 명 쪼금 해 본 에이스들도 있었습니다.)

야구를 해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만 가득하던 우리에게 첫 경기 섭외가 들어온 것은 2010년 5월이었습니다. 상대팀은 분당지역 학원차량 운전기사들로 이루어진 신생팀으로써 이름은 “만만하니”!
평균 연령의 차이가 많기는 했지만, 두 팀 모두 신생팀에 초짜들이라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경기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경기장 섭외.

경기전 주의사항과 선공을 정하는 모습
 1회초 공격을 앞두고 기도하는 모습(44번이 접니다.^^)

상대팀에서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7월, 야탑야구장을 대관하였습니다.

드디어 시합 당일!!!

6시에 야탑야구장에 집결한 우리 팀은 6시 20분까지 간단한 몸풀기를 합니다. 그리고 약 6시 30분경, 우리 팀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우리 팀의 선발투수는 저였습니다. 원래 선발투수는 따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선발과 마무리 투수는 정해져 있었고, 혹시 모를 예비 투수군 2명 가운데 한 명이 저 였는데요, 경기 전날 생각해보니 제가 투수로 마운드에 설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고, 구위가 괜찮은 투수가 2명 있었으며, 학생들이 많아 앞으로 충분히 실력이 급상승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상황 속에서, 어쩌면 ‘기회는 지금뿐이다!’라고. 그래서 선발투수를 자청합니다. 제가 단장이니까 그냥 해도 됐는데요….

제 투구 폼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제대로 된 마운드에, 선발투수로 서 봤습니다.

경기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은 처음 서 본 야구장에서, 엄청난 긴장 속에 많은 수비 실책이 있었고 2대 11까지 뒤쳐졌었습니다. 뭐, 경기 결과는 22대 11로 이겼지만요^^

 

저는 경기 중에 3루 주루 코치까지 했습니다. 앞에 보이는 우리 교회 부목사님께서 저와 
교대로 주루코치를 봐 주셨습니다.


4회 말 수비를 하기 위해 제 포지션이던 중견수 자리로 나갈 때 였습니다. 전광판 앞에 서서 그라운드를 살펴보는데 감동이 팍~~ 마음 속에 밀려오는 바람에 그라운드에 그냥 엎어질 뻔 했습니다.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거든요. ^^

야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꿈에나 생각해 보던 일을 하고 있다니… 야구장에 서 보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게는 감동적인 일이었는데,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감동이었을까요!

“40세가 되기 전에 도전하지 못하면 임종을 맞이할 때 까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그래서 하는 거야.”

제 아내가 야구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 제가 해 주었던 대답입니다.

저의 두 번째 꿈은, 그리고 야구에 관한 가장 소중했던 꿈은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좋은 결과는 아니었어도, 화려하지는 않았어도, 어쩌면 그저 잠시 동안 그곳에 서 있었을 뿐이었다 할지라도 저에게는 놀라운 경험과 감동의 순간이자 잊을 수 없는 삶의 명장면으로 각인된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야구단의 활동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모두가 바빠졌고, 저 역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서 전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0년의 감동적인 여름이 곧 다시 오기를 소망하고 있지만요….

 

두 번째 경기를 하기 전 기념사진.
중앙이 저고요, 끝에는 제 아들입니다.

 

*세 번째 꿈 - 한화 이글스의 두번째 우승

 
지난 4월 8일. 두 아이와 함께 대전구장을 찾았습니다. LG와의 경기였는데, 패하고 말았죠. 현재 한화의 성적은 7위입니다. 성적은 아쉽지만, 큰 아이 성식이가 부쩍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대폭~~증가해서 제가 못 본 경기도 챙겨보고 있답니다.

4월 8일 대전구장에서의 인증샷 대전야구장에 세워진 전설들

 

하루는 성식이가 물어봅니다. “아빠, 한화는 우승한적 없어?” 제가 대답했죠. 당연히 있다고. 99년이라고 대답을 하고 보니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전설적인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한화이글스가 처음 우승하던 그날의 장면과 제가 처음 야구장에 서서 경기하던 그 날이…!!!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기념 스크랩.
많이 빛이 바랬지만 아직도 집에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곧 아이들에게도 보여줄 겁니다.
아울러 또 한 번 우승을 하게 되면
그때도 이렇게 스크랩을 할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말이죠~~


 


야구에 관한 세 번째 꿈은 한화이글스의 두 번째 우승입니다. 올해는 힘들어도 내년에는 가능할 거라 생각하거든요. 물론, 매년 그런 기대를 갖고 지내왔지만 말이죠…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경기, 우승이 확정되는 그 경기장에, 저와 제 두 아들이 힘찬 응원의 함성을, 벅찬 감동과 함께 나누는 그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길고 긴~ 야구에 대한 저의 소회를 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작고 소박하다 할지라도 여러분이 갖고 계신 그 꿈, 반드시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사진 출처: 플리커(IAN RANSLEY DESING+ILLUSTRATION)